<특별호> "연결의 역사에 새겨진 이름 - 한림대학교 AI융합연구원
박현제 교수 Internet Hall of Fame 헌액" |
1970년대의 연구실에는 아직 투박한 기계음과 타자 소리만이 울려 퍼졌다. 그러나 그 속에서 누군가는 꿈꾸고 있었다. 서로 다른 컴퓨터가 언어를 나누고, 먼 곳에 있는 이들과 대화를 이어가는 세상을. TCP/IP라는 공통의 언어가 태어나자, 전 세계의 컴퓨터는 마침내 서로를 알아보고 교류할 수 있었다. 그 순간은 단순한 기술의 진보가 아니라, 인류가 서로를 잇는 새로운 서사를 써 내려가기 시작한 순간이었다. |
Vint Cerf, Tim Berners-Lee, Jon Postel 같은 이름들은 이 서사의 첫 장을 연 주인공들이었다. 그들은 코드를 넘어 이야기를 만들었고, 시스템을 넘어 세계를 열었다. 그래서 그들의 이름은 Internet Hall of Fame, 그중에서도 Pioneers 부문에 새겨졌다. 그곳은 메달도, 상금도 필요 없는 자리다. 오직 한 문장으로 정의된다. “나는 인터넷 역사의 한 페이지에 내 이름을 남겼다.” |
1982년, 서울대와 KIET(훗날 ETRI)가 처음으로 네트워크를 연결하며 한국 인터넷의 씨앗이 뿌려졌다. 당시에는 단순히 “연결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수준이었고, 본격적인 정보 교환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1983년 KAIST가 이 네트워크에 합류하면서 비로소 인터넷 활동이 활기를 띠기 시작했고, 체계가 조금씩 갖추어지기 시작했다.
그 무렵 23살의 젊은 대학원생이던 박현제는 1200bps의 느린 속도로 네트워크가 연결되는 장면을 지켜보며, 한국 인터넷의 길을 스스로의 과업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몇 해 뒤인 1986년, 그는 우리 네트워크를 해외 인터넷에 연결하기 위해 최초의 공식 등록 절차를 진행했다. 이때 한국의 IP 주소가 인터넷에 직접 등록되면서 세계망과의 직접 연결이 허용되었고, 이는 해외 네트워크 가운데 가장 먼저 이뤄진 등록 사례로 기록되었다. 그 순간 한국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인터넷과 연결된 나라가 되었으며, ‘인터넷의 아버지’로 불리는 Jon Postel 박사의 축하 메시지는 작은 연구실의 실험이 세계와 맞닿는 역사적 장면을 증언했다. |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의 어둠이 한국 사회를 짓누르던 시기에도 박 교수의 도전은 멈추지 않았다. 불과 8개월 만에 초고속 인터넷을 연결해낸 그의 성취는 단순한 기술적 도약이 아니었다. 그것은 “세계적 혁신은 어디서든 태어날 수 있다”는 증거였고, 한국 사회 전체를 브로드밴드 시대로 이끌어내는 불씨였다. 오늘날 한국이 세계 최고 수준의 인터넷 강국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토대에는 바로 그 불씨가 있었다. |
📜Internet Hall of Fame의 의미 |
Internet Society가 2012년부터 운영해온 Internet Hall of Fame은 2년에 한 번씩, 인터넷의 역사를 바꾼 이들의 이름을 기리는 전당이다.
그 영예로운 명단 속에 지금까지 한국인 세 명이 올랐다. 2013년,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한국에 인터넷을 개통한 공로로 전길남 KAIST 명예교수가. 2021년, 인터넷 인프라 확산과 기술적 기여가 높이 평가된 김대영 충남대 명예교수가. 그리고 2025년, 그 뒤를 이어 박현제 교수가. 더욱 뜻깊은 것은, 박 교수가 바로 첫 수상자인 전길남 교수의 제자라는 사실이다. 스승과 제자가 나란히 역사에 이름을 새겼다는 이 장면은 한국 인터넷 연구의 뿌리와 열매가 함께 세계의 인정을 받은 드문 서사로 남게 되었다. |
이번 헌액은 개인의 영광뿐 아니라 한림대학교 전체의 얼굴을 세계 무대에 드러낸다. 박 교수가 곁에서 연구와 교육을 이어가고 있다는 사실은, 이 대학이 단순한 지역의 배움터가 아니라 국제적 이야기의 일부임을 말해준다.
이 소식은 학생과 동문들에게는 자부심이 되고, 사회에는 “한림대는 혁신을 길러내는 곳”이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보낸다. 무엇보다도 학생들에게 주는 울림은 크다. 인터넷의 서사를 직접 써 내려간 인물이 눈앞에서 강의한다는 사실, 그것만으로도 배움은 교과서를 넘어 삶의 이야기로 확장된다. 그 순간 학생은 깨닫는다. “세계와 연결되는 길은 여기서도 시작될 수 있다.”
Internet Hall of Fame의 명단은 또 하나의 가능성을 말해준다. 그곳은 전 세계 연구자와 기관을 잇는 네트워크의 장이기도 하다. 이번 수상은 한림대가 국제 공동 연구와 학술 교류의 더 큰 무대로 나아가는 발판이 될 것이다. 동시에 인터넷의 개방성과 연결성, 공공성은 한림대가 앞으로 더욱 힘 있게 지켜내야 할 교육 철학의 기둥이 된다. |
인터넷이 인류를 연결했다면, 오늘날 AI는 인간의 사고와 창조성을 확장한다. 박현제 교수의 수상은 과거를 기념하는 사건이면서 동시에 미래를 향한 물음표다. 인터넷의 개방성과 연결성은 AI의 협력성과 개방성으로 이어지고, 혁신의 서사는 교육과 사회의 성찰로 확장된다. 개인의 도전은 세대를 잇는 책임으로 자리 잡는다. 인터넷 개척의 서사가 있었다면, 이제는 AI와 함께 써 내려가야 할 새로운 서사가 우리 앞에 놓여 있다. |
🔚현재 한림대학교 AI융합연구원에 재직 중인 박현제 교수의 Internet Hall of Fame 수상은 인터넷의 서사와 AI의 미래를 이어주는 다리다. 그리고 동시에, 한림대학교의 이름을 세계 인터넷사에 새겨 넣은 하나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것은 우리 모두에게 AI 시대의 교육과 연구를 어떤 빛깔로 채워야 하는가를 묻는, 깊은 울림으로 다가온다.
🚀격주로 찾아오는 AI융합연구원의 인사이트, 이번에는 특별판으로 그 기쁨을 나눕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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